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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시니 작품 ‘모세’ 우리말로 무대 올려”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예술감독
“화합· 상생 위한 희망 노래 공연 준비하면서 은혜체험
토종 오페라 대중화가 소신”
장수동(51)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상업적인 스타일의 뮤지컬이 판치는 요즘 수익성이 별로 없는 정통 오페라를 고집하는 몇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수입한 대형 오페라에 맞서 우리 토종의 창작 오페라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귀족’들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극장에서 싼값에 오페라를 공연하며 대중성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제발 VVIP마케팅을 위한 50만원짜리 오페라 티켓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가뜩이나 오페라 인구가 없는데 그렇게 특정계층을 위한 전유물처럼 비치면 일반 대중에게서 자꾸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은 큰 극장에서 10편 안팎의 제한된 레퍼토리를 반복해 공연하는 고질적인 공연 풍토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1994년 그를 주축으로 창단됐다. 주로 창작오페라나 외국 오페라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또 소극장 오페라를 통해 대중들이 적은 비용으로 오페라와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오페라와 달리 요즘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의 경우 극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음악적 감동이 없거나 서양 버전을 흉내낸 ‘칵테일 음악’이 많아 외국에 나가면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반면에 오페라는 인성(人聲)과 악기가 조화돼 음악적 요소가 강한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오페라는 대중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만큼 음악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뮤페라(뮤지컬과 오페라의 합성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토종 오페라는 비용 문제로 민간 차원에서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남의 오페라를 흉내 내는 데서 벗어나 우리 얼굴을 한 오페라로 세계무대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 속에서 그는 또 한번 새로운 시도를 한다. 로시니의 ‘모세’를 다음달 우리말로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홍해 앞에서 모세가 부르는 최후의 기도를 비롯한 장엄한 음악과 무대예술,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 등으로 유명한 오페라다.
“세속적인 내용의 오페라는 많은데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오페라는 거의 없는 형편입니다. 크리스천으로서 신앙과 구원을 비롯해 모세의 리더십을 예술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과정에서 나타난 모세의 희생과 섬김은 국난을 극복하고 희망을 노래하는 리더십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요.”
서울 목동 제자교회에 출석하는 그는 다음달 12일부터 14일까지 경기도 고양 아람극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을 통해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도 신앙적인 체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신에게도 하나님을 더욱 깊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화합과 상생을 위한 희망의 노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갈등을 치유하는 화합의 메시지를 통해 한국교회의 일치도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오페라에서는 테너나 소프라노가 주인공이지만 이 작품은 베이스가 주인공이다. 남성의 저음이 갖고 있는 중후함과 포용력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이스와 소프라노를 맡은 가수와 지휘자 등이 크리스천이란 점도 이 작품의 신앙적 분위기를 더해 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지난 2000년 이탈리아에서 악보를 가져와 예술의전당에서 이탈리아어로 공연한 적이 있지만 ‘관객에서 들리는 오페라’를 위해 이번에는 우리말로 공연한다. 우리말 공연은 원어와 뉘앙스가 달라 노래하기가 오히려 힘들고 어색하기 때문에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초 지난 10월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종교편향 논란이 한창일 당시여서 연기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장기 지방 투어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장기공연은 작품의 완성도와 대중성을 높이는 한편 비용까지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장수동 감독의 오페라 발전 방향-----------------------
“가수보다 작품중심, 지휘·연출능력 높여 우리식으로 재해석”
장수동 감독은 한국 오페라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현재의 가수 중심에서 작품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창작 오페라를 만들거나 이탈리아나 독일의 오페라를 공연하더라도 그대로 베끼듯 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우리식으로 재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맨날 그 얼굴에 그 목소리, 그 작품이어서는 우리 오페라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상업적인 성격의 대규모 이벤트성 오페라도 자제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오페라계가 연주자나 가수만 양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작곡 및 지휘, 연출 능력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오페라를 접할 수 있도록 대중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인성으로 공연할 수 있는 오페라 전용 극장이 부족한 점도 아쉬워했다. 극장에서 충분히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극장 빌리기가 힘들어 가수, 합창단, 무용단, 오케스트라가 각각 다른 장소에서 따로 연습한 뒤 공연 며칠 전에야 모여 종합연습을 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한국 오페라의 미래에 희망을 걸고 감사할 수 있는 조건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좋은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훌륭한 가수들이 많고 성악과가 없는 음대가 없을 정도로 성악 강국입니다. 이는 오페라 강국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중국이 큰 오페라 시장으로 뜨고 있는 만큼 아시아의 얼굴을 한 오페라를 수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국민일보 2008년 11월 28일
신종수 기자(jsshin@kmib.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