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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오페라앙상블(단장 : 장수동) - 푸치니 오페라 속의 러브스토리(Puccini in Love) >
“푸치니의 대표적인 오페라 ‘토스카’, ‘나비부인’, ‘라보엠’ 등을 빼놓고는 한국 오페라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푸치니의 오페라는 우리 정서에 맞다”고 하는 서울오페라앙상블(단장 및 예술감독 : 장수동)의 ‘푸치니 오페라 속의 러브스토리(Puccini in Love)’ 공연(연출 : 장수동)이 지난 11월 10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있었다. 평자는 이날 오후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있었던 국립발레단 50주년 기념 갈라 공연을 모두 보고, 바로 소극장인 달오름극장으로 자리를 옮겨 이 공연을 보았다.
“‘토스카’, ‘나비부인’, ‘라보엠’, 등 세편의 오페라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 갈라 공연”이라고 하던 이날 공연은 각 오페라에 나오는 주옥같은 중요한 아리아나 이중창, 등을 충분한 느낌을 살리며 연주하여, 객석의 가슴에 깊게 파고들어 가게하고 있었다. 특히 밀도감 있는 정교한 연출 속에 이루어지는 소극장 무대라, 가수들의 연주와 연기는 객석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었고, 객석에서는 그만큼 더 싱싱한 현장의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만들고 있었다.
깔끔한 느낌의 영상처리로 이루어지던 무대장치도 작품의 진행을 탄력 있으면서도 선명하게 만들고 있었으며, 뛰어난 가수들이, 멋진 무대장치 앞에서, 최고의 피아노 반주(김지은, 우수현)에 맞춰, 최상의 연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소극장 오페라 공연이야말로 정말 대작 오페라 공연을 보기 전의 관객들이 꼭 한 번씩은 보아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들던 매혹적인 소극장 오페라 공연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랑스러운 소극장 공연을 보며 오페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관객들이, 대극장 공연을 보게 되면 얼마나 가슴이 뛸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평자는 지금부터 약 30여 년 전 젊은 직장 시절에 ‘브리사’라는 조그만 차를 운전하다가, 어느 날 회사에서 ‘포니’를 탈 수 있게 해주어, 강변도로를 운전해 달려보니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아마 이런 훌륭하고 예술성 높은 소극장 갈라 공연을 보다가, 대극장 전막 오페라 공연을 보게 되는 오페라 관객들의 마음도 똑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알차고 완성도 높은 소극장 오페라 공연은 우리 오페라 관객들의 영역을 확대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막이 오르고 첫 번째 공연 <토스카> 1막 중 토스카(소프라노 김주연)와 카바라도시(테너 김경여)의 ‘마리오! 어디 있나요’ 등의 아리아와 2중창이 이루어지고 있다. 카바라도시 김경여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나타난 토스카 김주연이 앙탈을 부리고 있는데, 그 연주와 연기가 모두 뛰어나다.
남자보다도 훨씬 늘씬한 정말 아름다운 여자가 “당신을 지나치게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하며, 억지스럽게 남자를 질투하는 모습이 귀엽고 실감나게 잘 그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때 사실은 정치범 친구 안젤로티를 숨겨두고 있는 카바라도시는 얼마나 난감할지 하는 생각도 객석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만큼 작품에서의 긴장감을 잘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이 된다.
2막은 스카르피아의 거실인데, 스카르피아(바리톤 박경준)가 만찬을 즐기다가 “안젤로티와 마리오를 한꺼번에 내일 교수대에 올리겠다”고 노래한다. 계속 스카르피아 박경준이 아리아 ‘토스카는 좋은 사냥매’를 연주하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연주를 탄탄하게 이루어냈다. 다시 구금되어 있는 카바라도시를 만나러 토스카가 나타나 함께 ‘만세! 나폴레옹 만세!’ 2중창을 시원스럽게 이루고 있다.
다시 카바라도시는 끌려가고 스카라피아의 거실에 남은 토스카 김주연이 그 유명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이룬다. 이때 무대 후방에는 촛불을 밝혀두고 있는데, 아름답다. 섬세한 피아노의 반주에 맞추어 이루어지는 김주연의 연주는 객석의 가슴에 진하게 다가오고 있다. 마무리 호흡은 조금 더 길었으면 했다. 그런데 다시 스카르피아가 토스카를 겁탈하려고 하고, 결국 토스카의 칼에 찔리고 마는 스카르피아가 무대에 쓰러진다.
이들이 소극장 무대에서 이루는 연주와 연기는 실감난다. 3막이 시작되며 카바라도시 김경여가 연주한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은 후방의 영상으로 처리된 아름다운 무대장치 앞에서 너무나도 선명하고 낭만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다시 김여준이 토스카 김주연과 함께 ‘여행허가증’까지 받았다고 행복해하며 “자유, 자유” 하며 이루는 ‘부드러운 그대의 손’ 이중창도 객석의 큰 박수를 받고 있었다.
두 번째 작품 <나비부인>은 무대 후방 화면에 별이 총총한 가운데 나비부인(소프라노 박명숙)과 흰 해군 제복의 핑커톤(테너 신재호)의 이중창이 이루어진다. 상냥한 자태의 박명숙의 ‘날 사랑해줘요’ 연주는 사랑스러우면서도 애틋했고, 함께 이루어진 신재호의 표현을 담고 있는 연주도 시원스럽게 이루어졌다. 계속 “나는 작은 동산에 올라가 기다리고 또 기다릴 것”이라고 하며 이어진 나비부인 박명숙의 아리아 ‘어떤 갠 날’도 열정적 연주를 이루었다.
나비부인과 스즈키(메조소프라노 송윤진)의 ‘꽃의 2중창’은 무대 후방 화면에는 꽃잎이 나르는 가운데, 무대 위의 두 여인이 꽃잎을 뿌리며 이루어졌는데, 조금은 그 표현이 더 섬세했으면 했다. 그런데 이때 무대 후방의 영상은 정말 진하고 선명하다. 이날 공연에서 이루어진 무대 영상은 흔히 우리가 만나는 - 그리고 대부분이 ‘허접하게’ 이루어지고 마는 - 무대 영상과는 그 차원이 달랐다.
작품의 장면에 꼭 들어맞게 - 무대 영상이 작품의 표현에 착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 완전히 새롭게 연출되고 창조되어, 작품의 세련된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다시 무대 화면의 영상이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가운데, 나비부인 박명숙이 아리아 ‘지조를 지켜 죽는 일은’을 스즈키와 함께 무대에 뿌려 둔 붉은 꽃잎들 위에서 피아노의 장엄한 연주 속에 이루며 죽어가고 있다. 이때 화면에는 붉은 피가 튀고, 멀리서 핑커톤이 “나비부인, 나비부인” 하며 3번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객석을 감동시키는 설득력 있는 연출과 연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미션 후 이루어진 세 번째 작품 <라보엠>은 우선 무대 후방에 나타나는 파리의 다락방들 모습이 깊은 정감을 느끼게 한다. 로돌프(테너 전병호)가 ‘우연히’ 미미(소프라노 신승아)의 손을 잡게 되고, 자신을 미미에게 소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아리아 ‘그대의 찬 손’을 이루는데, 시원스럽고 싱그러운 연주를 이루어내 이날 객석의 가장 큰 박수와 ‘브라보’ 환호를 듣고 있었다. 미미가 행복한 표정을 이루며 있는 가운데, 무릎을 꿇으며 마무리하고 있던 이날 로돌프 전병호의 연주는 정말 매혹적인 연주였다.
이런 수준 높은 연주가 소극장에서 객석과 가까이 이루어지니 객석의 감동은 더 크질 수밖에 없다. 다시 미미 신승아의 아리아 ‘내 이름은 미미’가 맑은 고음 연주로 깨끗하게 이루어졌다. 장면이 바뀌고 광장의 크리스마스이브 축제 장면이 된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은 무제타(소프라노 김은미)가 괜히 접시를 바닥에 내던지며 ‘무제타의 왈츠’를 화가 마르첼로(바리톤 박정섭)의 품에 강하게 안기도 하며 코믹하게 회전하며 이루는데, 객석에서는 웃음이 저절로 나고 있다. 연주는 조금은 더 무게가 느껴졌으면 했다.
다시 막이 변하고 눈이 내리는 광장에서 연인들의 이별이 시작된다. “베게 밑에 있는 장밋빛 모자는 원한다면 사랑의 추억으로 가지라”고 하는 미미 신승아의 설득력 있는 아리아는 다시 객석의 큰 박수를 받고 있다. 다시 미미, 로돌프, 무제타, 마르첼로, 등 4명의 ‘잘 가오, 내 사랑’ 4중창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수준 높은 연출과 예술성 높은 가수들로 이루어지는 소극장 공연은 정말 관객들이 좋아할 것 같고, 언제나 매진을 이룰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다시 장면이 바뀌고 - 사실은 ‘라보엠’ 공연의 첫 무대 장치로 돌아오고 - 로돌프와 마르첼로의 ‘미미 돌아오지 않는 내 사랑’ 등의 남자 2중창이 멋지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미미가 로돌프의 품에 안겨, 추억에 젖어드는 아리아 ‘모두 갔나요?’를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이루며 죽어가고 있으며, 모두 슬퍼하며 막이 내리고 객석에서는 큰 박수소리가 흐르고 있다.(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발행인/ blog.chosun.com/sjkdc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