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다 친근하게 만나는 창작오페라의 의지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한국적인 국민 오페라를 염원하는 창작오페라 열기가 뜨겁다. 지난 2월 15일과 16일에는 오페라로 부르는 통일의 칸타타 <백범 김구>(이동훈 작곡 장수동 작)가 마포아트센터에 올려졌다.
이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팩토리 지원사업에 선정된 한정임 작곡가의 <아리 아리랑>(2.21~22), 성세인 작곡의 오페라 <쉰 살의 남자>(THE 50)(2.22~23)가 각각 고양아람누리와 부평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4월에는 채경화 작곡가의 창작 오페라 <다라다라> (부제 : 백제여인의 기다림-그 세 가지 이야기)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흥사단이 제작하는 창작오페라 <도산 안창호>, 고려오페라단의 박재훈 작곡<손양원>, 국립오페라단의 <처용>도 곧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백범 김구>는 평생을 자주 독립과 남북의 통일을 위해 헌신한 백범 김구의 삶을 오늘의 시각으로 재조명한 작품. 여전히 분단의 역사 속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이 땅의 완전한 독립을 위한 의지와 민족의 대화합을 노래하고자 제작 됐다. 1999년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이 초연한 바 있다.
<백범 김구>는 통일의 칸타타와 영상오페라의 적절한 조합이 눈에 띄는 오페라다. 항일 독립투쟁을 구심점으로 1919년 수립된 상해임시정부, 윤봉길 의사의 상해 의거(1932년), 조국의 해방까지의 항일투쟁사 그리고 해방 후 해방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남북의 분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영상에 꼼꼼히 담아냈다. 그 결과 눈은 스크린 3대에 펼쳐지는 영상과 역사적 사실 및 이야기를 쫓고 귀는 성악가들이 부르는 통일의 염원에 길을 터 주었다.
장수동 연출은 “역사적 기록물의 영상과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극적 선율의 조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초점을 두었다.”며 “맹목적인 애국주의에 흐르거나 교조적 분위기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의 가슴에 백범 김구를 비롯한 선인들의 희생정신을 ‘통일을 위한 칸타타’로 연출하고자 한다.”고 연출 방향을 전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따로 있는 4막의 오페라이다. 백범 김구의 ‘통일의 꿈’을 담은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으로 시작해서 ‘통일의 그날’을 기다리는 ‘내가 바라는 우리나라’,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막이 닫힌다. 그 사이 사이 단독정부를 세우고자 하는 이승만과 단독정부는 절대 불가하다고 외치는 김구의 대립,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김구의 마음,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칠 것을 선서하는 윤봉길, 윤봉길을 도와준 가공의 인물인 중국여인 진여옥,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어머니 곽낙원과 아내 최준례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김구의 아리아, 아내와 어머니의 2중창 ‘당신의 소원은’ 등이 기억에 남는 오페라다. 특히, 상극이 아닌 상생의 나라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잘 담겨있는 ‘38선을 베고 쓰러질지언정’의 선율과 가사가 호소력이 있다. ‘마음 속의 38선이 무너져야 땅 위의 38선도 무너지는 법’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골레토>에서 자식을 빼앗긴 아비의 애절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선율처럼 현대적 기법과 한국적 선율이 조화된 음악은 극의 처연하고 애잔한 분위기를 살렸다.
성악가들은 대체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드러냈다. 김구 역엔 바리톤 박정섭과 강기우, 이승만 역엔 테너 장신권, 윤봉길 역엔 테너 김경여와 윤병길, 진여옥 역엔 소프라노 정병화와 이정수, 최준례 역엔 소프라노 신승아, 곽낙원 역엔 메조소프라노 김혜실이 나섰다. 주인공 김구 역의 색채는 다소 달랐는데 박정섭이 좀 더 나이가 든 김구의 모습으로 분해 ‘남북 화해의 순교자’인 백범의 내면을 디테일하게 펼쳐냈다면, 강기우는 보다 호감가는 맑은 음색으로 김구의 아리아에 윤기를 더했다.
이 외 오페라 필 코러스, 양진모가 지휘하는 인씨엠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힘을 보탰다.
한편, 서울오페라 앙상블은 소극장의 묘미를 한껏 살린 영상(3D맵핑)으로 꾸며진 오페라 <라보엠>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 2월 27일과 28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미미는 소프라노 신승아 정꽃님, 로돌포는 테너 강훈 김경여, 무젯타는 소프라노 박상영 김은미, 마르첼로는 바리톤 박정섭, 쇼나르는 바리톤 양진원, 콜리네는 베이스 이진수, 베노아·알친도로는 베이스바리톤 장철유가 맡았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사진=서울오페라앙상블]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
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