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남짓 연습시간 내내 지휘자는 피아노 옆에서 지휘봉을 휘두르며 성악가와 합창단의
음악 흐름을 조율했다. 한편
연출자는 출연자의 위치와 동선, 소품 의상을 챙기고 음악에 귀 기울이며 연습실 안팎을 오가며 쉴 틈 없이 점검했다.
지난 14일 저녁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습실에선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의 두 번째
공연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17∼1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 올리는 ‘운명의 힘’은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베르디의
후기 대표작.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
스키오페라극장에서 1862년 초연됐다. 총기 오발에 따른 살인과 복수, 전쟁과 인간, 종교의 의미 등 비극적 운명을 풀어낸 작품이다. 무대 전환이 잦은 4막 무대이며, 주조연급 출연자가 다른 작품의 곱절을 넘어 12명에 이르고, 음악도 드라마틱하고 표현력을 요하는 대작이라, 그동안 국내선 접하기 어려웠다.
장수동 예술감독은 “‘운명의 힘’ 공연은
서울시오페라단의 2009년 세종
문화회관 공연 이후 4년 만이며, 예술의전당서는 개관 25주년 만에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무대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활동 중인 지휘자 장윤성(사진 왼쪽), 국내외 오페라무대를 이끈 연출자 최지형(오른쪽) 씨의 팀워크로도 관심을 모은다.
“스페인 희곡을 토대로 한 ‘운명의 힘’은 어떤 힘에 의해
고통받으며 죽고 죽이는, 처참한 삶을 이야기합니다. 주요 출연진 5명이 다 죽는 초연과 달리 베르디가 개작한 7년후 작품에선 여주인공 레오노라 집안의 오빠, 부친 등 3명은 죽어도 남주인공 알바로는 살아남아 희생과 용서를 통한 치유와 구원을 일깨우지요.”(연출 최지형)
“국내서 ‘운명의 힘’ 전막 공연은 극히 드물지만 서곡, 소프라노 아리아 ‘평화를 주소서’는 음악회의 인기 레퍼토리입니다. 특히 서곡은 등장인물의 얽힌 관계를 개괄하는, 드라마가 있는 음악입니다. ‘운명의 테마’가 장면 전환, 곧 일어날 사건을 암시하는 등, 서곡의 주요 모티브들이 출연자의
성격, 상황을 풀어냅니다.”(지휘 장윤성)
지휘자 장 씨는 “‘베르디가 이국서 ‘운명의 힘’을 발표하면서 정치·종교적으로도 자유롭게 줄거리며, 드라마틱한 음악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성악가로는 레오노라 역의 조경화·이화영, 알바로 역의 이정원·한윤석, 카를로 역의 최진학·강형규, 수도원장 역의 임철민·박준혁, 프레치오실라 역의 김선정·최승현 등이 출연한다.
신세미 기자
ssem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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