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 제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 2013년 06월 14일 12시 10분 1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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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제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서울오페라앙상블 '운명의 힘'

성악 탁월하지만 극본은 빈약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예술의전당 공동 주최로 지난 5월 10일에 시작된 제4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9일 막을 내린다.

공연작은 베르디 오페라 세 편, 창작오페라 두 편이었다.

이번 축제의 특징을 요약하면, 작품마다 대체로 성악적 탁월함이 그 밖의 부족한 요소들을 가려줬다는 점, 그리고 우리 창작오페라는 역시 극본의 빈약함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이다.

1948년 한국 최초의 서양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당시 제목은 '춘희')를 공연한 조선오페라단(단장 최승우)이 65년 만에 다시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노블아트오페라단(단장 신선섭)은 이탈리아 부세토 베르디극장 프로덕션 '리골레토'를 선보였다. 두 공연 모두 익숙한 작품인데다 전통적인 연출과 무대여서, 오페라 초심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었겠으나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5월 25일 저녁 공연에서 리골레토 역을 노래한 바리톤 박정민의 탁월한 표현력과 절창은 관객의 깊은 감동을 이끌어냈고, 테너 이승묵의 만토바 공작은 경박하고 유연한 캐릭터의 특성과 매력을 충분히 살려줬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이 공연한 '운명의 힘'은 베르디 작품 중 국내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어려운 작품이라 눈에 띄었다. 그리고 기존 프로덕션의 재공연이 아니라 이번 페스티벌을 위해 새로 제작한 신작이어서 다른 어떤 참가작보다 의의가 컸다.

5월 17일 공연 때 주역 돈 알바로 역을 맡은 테너 이정원은 아쉬움 없는 최상의 기량을 과시했고, 레오노라 역의 소프라노 이화영 역시 고난도의 드라마틱한 가창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무대 세트는 뭔가 마무리 작업이 끝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기도 했지만, 회전무대를 활용해 빠른 장면 전환이 가능했던 것은 장점이었다. 출구 없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삭막한 무대 벽면이 효과적이었고, 배역들 상호 간의 연기 호흡도 호소력 있었다.

고려오페라단(단장 이기균)이 재공연으로 무대에 올린 박재훈의 창작오페라 '손양원'은 귀에 쉽게 들어오는 음악으로 구성됐으나 현대오페라 특유의 다채로운 실험정신이나 독창성이 부족했고, 극본의 내용 면에서는 에피소드를 밀도 있게 풀어내지 못한 채 기독교 신앙만을 선언적으로 강조해 극의 감동을 약화시켰다.

극본이 특정 신앙의 토대를 넘어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했더라면 작품의 예술성이 살아났으리라는 아쉬움도 있지만, 소재 자체가 오페라로 제작하기에는 한계를 지녔다고 볼 수도 있다. 5월 31일 공연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테너 이동현, 아들 역의 테너 정재환, 바리톤 공병우 등 뛰어난 출연진의 가창과 열연이 빈약한 작품성을 상당히 보완해준 공연이었다.

198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되어 한국 창작오페라의 한 획을 그은 작곡가 이영조의 '처용'은 지난 8일 우리 시대 관객을 위해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났다. 국립오페라단이 공연한 이번 '처용'의 음악과 극본 상당 부분이 예전과 달라진 것. 원래 남성성이 지배적인 작품이지만, 2막 '거리의 여자들'이 부르는 여성합창 그리고 '처용과 세 여자귀신' 장면을 첨가해 여성성을 보완했다.

바그너 '파르지팔'의 2막 '꽃처녀들' 장면 및 '니벨룽의 반지' 중 '신들의 황혼'의 '운명의 세 여신' 장면을 닮은 이 두 부분은 무거운 분위기를 전환하며 극 전체에 활력을 주는 성공적인 장면이 됐다.

처용 역의 테너 신동원과 가실 역의 소프라노 임세경은 오케스트라 총주를 뚫고 뻗어나오는 강렬한 스핀토로 감동을 줬고, 역신 역의 바리톤 우주호와 옥황상제 역의 베이스 전준한, 임금 역의 바리톤 오승용은 관록이 묻어나는 연기와 가창으로 극을 살려 줬다.

장중함과 가벼운 익살을 수시로 넘나드는 음악, 동서양 음악어법의 혼재와 빠른 변환을 잘 살려낸 연주, 상징성 가득한 미니멀한 무대, 고대와 현대를 배합한 세련된 의상, 섬세하고 치밀한 연출 등 모든 요소가 훌륭한 조화를 이뤘지만, 이 모든 장점으로도 뛰어넘을 수 없는 약점은 바로 극본이었다.

주인공의 자살이라는 임팩트 큰 결말 앞에서도 감동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가실과 처용의 간절한 사랑에 감정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물질주의 사회의 인간성 구원'이라는 주제의 틀에 맞춘 도식적인 가사와 장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rosina@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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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 장수동) 운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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