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 장수동) 운명의 힘 | 2013년 06월 14일 14시 40분 5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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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 장수동) 운명의 힘


올해 베르디 탄생 200주년을 맞아 현재 우리나라 오페라 무대는 베르디 작품 공연의 일색이다. 평자가 지금까지 본 올해 수많은 베르디 공연 중에서는, 베르디 원작의 의도를 섬세하고 풍요롭게 무대에 표출해내던, 가장 무게 있고 중후한 대작 공연 세 개가 보였다. 하나는 지난 4월 2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본 서울시오페라단의 ‘아이다’ 공연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지난 4월 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본 국립오페라단의 ‘돈 카를로’ 공연이었다. 그리고 어제(5월 17일) 저녁 평자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본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 장수동)의 <운명의 힘>(연출 : 최지형) 공연이었다.

그리고 특히 자랑스러운 것은, 객석에서 공연 내내 한시라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며 긴장감 있게 진행되던 이 공연들 중, 서울시오페라단의 공연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두 개의 공연은 ‘우리 끼리’ 제작하고 연주하는 순수한 우리나라 제작 오페라 대작 공연들이었다는 것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이건용단장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장수동단장 등이 세계무대에 나서도 하나 부끄럽지 않을 거의 완벽한 예술성을 갖춘 ‘우리 끼리 제작한’ 베르디 대작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훌륭한 성악가들은 많은데, 훌륭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지 못한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쾌거를 이루어냈다는 것이다. 평자의 의견으로는 이런 성공적인 ‘우리 고유의 브랜드의’ 오페라는 이제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수출을 모색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특히 국가와 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다른 두 단체와는 달리 이번 서울오페라앙상블의 공연은 ‘개인이 거의 모든 재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민간오페라단이 제작하여 무대에 올린 경우이다.

여기서 잠시 이번 공연 팸플릿의 장수동 단장의 인사말을 확인해보면, “한국에서 공연되지 않은 작품을 민간오페라단에서 무대에 올리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 작업인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고 있다. 오페라 관련 종사자들 중에서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말로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런 대작 오페라를 장수동 단장이 무대에 성공적으로 올렸다는 것이다. 어제 공연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는 우선 무엇보다도 주역 성악가들의 연주와 연기가 뛰어났다는 것이다.

레오노라 역의 소프라노 이화영은 객석에 ‘신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레오노라가 무대에 나타날 때마다 오페라의 느낌이 살아나고 있었으며, 이화영은 이번 공연을 말 그대로 ‘주역’이 되어,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도원장 베이스 임철민의 풍부한 성량의 연주도 매혹적이기만 했다. 수도사 멜리토네 역을 맡은 성승민의 익살맞은 연주와 연기도 오페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었으며, 레오노라의 아버지 칼라트라바 후작 역을 맡은 심기복도 중후한 연주와 연기로 극의 초반을 무게있게 쳐나갈 수 있게 만들고 있었다.

알바로 역의 테너 이정원과 카를로 역의 바리톤 강형규도 표현이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 정확한 연주와 연기를 이루고 있었는데, 자신들의 연주에 -특히 3막에서- 좀 더 깊은 굴곡이 나타나는 긴장감을 장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이번 공연의 합창을 맡은 그란데오페라합창단(단장 겸 상임지휘자 : 이희성)의 연주도 섬세하면서도 장엄한 울림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이 2막 2장에서 정교하게 이룬 수도승의 합창은 성스러운 ‘신을 부르는 소리’가 되어, 최고의 종교음악의 표현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운명’을 암시한다는 수직의 나무판 재질의 벽과 수도원의 석조 건물 모습, 등이 웅장한 느낌을 던지던 무대장치도 완벽한 모습이었다. 단지 3막 초반의 약간의 불투명하게 보이던 무대장치는 아쉬웠다. 그리고 네 번째로는, 1막 직전 전주곡부터 객석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던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지휘 : 장윤성)의 연주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섯 번째는 작품의 흐름을 탄력 있게 지켜나가던 치밀한 최지형의 연출이 보석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지형은 앞으로 우리가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연출가 중 한 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작품 곳곳에 ‘오페라 제작자’ 장수동의 개인적인 스타일이 진하게 묻어 있던 이 작품은, 한 눈에 이 작품은 장수동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는 것이 무대 위에 그대로 표출되고 있었다. 오케스트라의 ‘서곡’ 연주가 명쾌하게 이루어진 다음 1막의 막이 오른 다음, 칼라트라바 후작(베이스 심기복)이 사랑하는 딸 레오노라(소프라노 이화영)에게 “널 지극히 사랑하는 아버지를 믿어라”고 하는 노래를, 어떤 예술적 가치를 느끼게 하는 풍요롭고 무게 있는 목소리로 연주한다.

아버지가 떠난 다음 레오노라가 “나는 유랑하는 고아 같다”고 하는 아리아 ‘나는 고아처럼 방황하네’를 너무나도 고귀하게 연주하고 있다. 말발굽소리 들리고 이제 함께 도주하기로 한 알바로(테너 이정원)가 나타난다. “내 가슴 속의 순수하고 신성한 사랑의 힘을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다”는 테너의 연주가 생동감 있다. “나의 사랑, 우리는 이제 부부가 될 것이다”라는 연주를 이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갑자기 레오노라가 “내일 떠나자”고 한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보고 가겠다는 것이다. 여자들의 흔한 변덕일수도 있겠지만, 극의 긴장감은 무섭게 살아난다.

결국 레오노라가 “아! 이 땅 끝까지 당신을 따르겠다”고 노래하며 함께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무장한 하인들과 함께 다시 나타난다. 알바로가 “오직 나 혼자만이 죄인이라고 하며 잘 못을 인정하며, 가지고 있던 총을 바닥에 내려놓는데, 자동적으로 총이 발사되고 아버지가 쓰러진다. 그리고 둘이가 혼비백산 사라지고 있는데, 작품의 의미가 충분히 담겨 무게 있게 전개되고 있다. 제2막 ‘오르나추엘로스 마을의 여관’은 합창단원들이 탁자 두 개가 놓인 여관 앞 광장에 모여 있다.

모두 함께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만든 다음, 집시 여인 프레치오실라(메조소프라노 김선정)가 나타나 “전쟁은 멋진 것!! 전쟁 만세!!” 등의 노래를 선명하게 이룬다. 합창단이 이를 후렵으로 힘차게 받자, 자신의 치마폭을 잡고 카리스마 넘치는 움직임을 이루기도 한다. 다시 순례자들 모두 무릎 꿇고 성스러운 합창을 이루는데, 소년처럼 변장한 레오노라 이화영이 무대 우측 전방에서 혼자 서서, 합창단을 압도하는 듯한 표현력 넘치는 콜로라투라 음을 기품 있게 연주하고 있다.

이때 이루어지는 레오노라와 합창단의 성스럽고 아름다운 앙상블은 이 작품이 이대로 세계무대에 나서도 될 것 같은 확신을 주고 있다. 마부 트라부코(테너 임정혁)가 재미있는 익살을 부린 다음 사라지고, 카를로가 모든 사람들 앞에서 본명은 숨기면서 자신의 신상을 소개하는 아리아 ‘나의 이름은 페레다이며, 나는 양심적인 부자라오’를 선명하면서도 또박또박하게 이루고 있다. 그런데 또 이때 집시 여인 프레치오실라가 바로 거짓말이라고 받아친다. 그러면서 다시 무대가 회전하며 2막2장 ‘수도원의 문’ 장면이 나타난다.

리오노라가 나타나 “아! 난 더 이상 이런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예술적 표현이 이루어지는 절규의 아리아를 이룬다. 계속 아리아 ‘저를 버리지 마소서’를 이루는데, 레오노라 이화영이 수도원 정문 벽 앞에서 혼자 여리게 이루는 환상적인 연주는 세계적이며, 이런 연주 하나하나가 지금 이 작 품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고 있다. 결국 수도원장(베이스 임철민)이 나타나고 레오노라의 간증을 들은 다음 “믿음을 갖고 십자가 앞에 나가세요”하는 노래를 풍요롭고 진하게 이루고 객석의 큰 박수를 받는다.

계속해서 레오노라가 “여기에 오니까 더 무서운 유령에 더 시달리지 않는다.”, “딸을 저주하던 아버지의 유령도 더 이상 안 보인다”라는 노래를 신비로움이 촉촉이 젖어드는 목소리로 맑게 이루고 있다. 다시 오르간 소리 들리면서 무대가 회전하고 수도원 광장에 수도승들이 모인다. 흰 의상을 레오노라가 무릎을 꿇고 있는 가운데, 수도원장과 수도승들의 정교하면서도 웅장한 합창이 이루어지고, 객석은 꼼짝 못하고 무대에 빨려들고 있다. 다시 하프의 맑은 선율 속에서 레오노라의 아리아 ‘자애로운 성모여’가 합창단의 섬세한 합창과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화영의 목소리는 하느님을 느끼게 하는 신의 소리가 되어 객석에 가만히 번져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말 크고 따뜻한 박수 속에 막이 내리는데, 이때 평자는 순간적으로 이 공연이 뉴욕매트오페라에 가서 공연해도 되는 수준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인터미션 후 다시 시작 된 3막은 ‘이탈리아 벨레트리 근처의 전쟁터’이다. 의자에 앉아 있던 알바로(테너 이정원)가 일어나 “레오노라! 너는 나에게서 모든 사랑하는 것을 앗아갔다”는 등의 연주를 하는데, 조금 더 통렬했으면 한다. 위기에 처한 카를로(바리톤 강형규)를 구하고, 서로 본명을 속이면서, 함께 친구가 된다.

그리고 전쟁에 나선 알바로가 가슴에 총탄을 맞는 중상을 입는다. 카를로가 알바로를 간호하면서, 서로 결코 만나지 않아야 할 사이인지를 모르는 두 사람이 함께, ‘이 엄숙한 시간에’ 2중창을 깔끔하게 이루어 내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카를로가 알바로의 보관함 속에서 ‘레오노라’의 초상화를 발견하게 되고, 카를로가 다시 한 번 복수를 다짐한다. 장면이 바뀌고 프레치오실라와 여자들과 군인들이 질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때 수도사 멜리토네(바리톤 성승민)가 나타나 파티의 분위기를 깨고 있다.

“군인들이 전투는 안 하고 ‘술병’들과 놀고 있다”, “너희들이 기독교인들인가, 터키인들인가”, “너희들은 죄악덩어리들”이라는 등의 내용의 노래를 이루는데, 이 노래를 들으며 분노하는 수십여 명의 합창단들이 멜리토네를 에워 싸고 쫓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 장면은 좀 더 정확하게 표현되었으면 했다. 다시 4막 ‘수도원 안뜰’ 장면이 시작된다. 군중들이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를 외치며 멜리토네 수도사로부터 음식을 받고 있다. 그런데 줄을 잘 서지 않는 배고픈 군중들에게 “이 더러운 거지들 꺼져라”고 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 수도사의 입이 거칠다.

그러자 군중들이 “라파엘 신부는 천사였는데”를 반복하고 있고, 그 비교하는 노래에 열을 받는 멜리토네의 연주와 연기는 더 유머러스하다. 그런 다음 수도원장이 나타나 멜리토네와 함께, 극의 의미를 선명하게 하는 연기를 이룬 다음, 시원스러운 2중창을 함께 길게 이룬다. 모두 사라진 다음 다시 카를로가 나타나 바닥에 긴 칼 두 자루를 꼽는다. 라파엘 신부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알바로라는 것을 확인한 카를로가 결투를 신청하러 온 것이다. 알바로와 카를로가 다시 만나 이루는 2중창은 무게 있고 설득력 있다. 알바로가 피해보지만, 결국 두 명이 결투를 하기로 하고 무대를 떠난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고 레오노라가 은신하고 있는 동굴 앞에서 그 유명한 기도문의 아리아 ‘신이여 평화를 주옵소서“를 이루는데 신비로우면서도 황량한 듯이 아름다운 이화영의 연주가 객석에 매혹적으로 파고들어 관객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받는다. 그런데 이때 알바로가 사람을 구해달라고 하며 나타난다. 그러면서 레오노라와 알바로가 재회한다. 반가움에 쌓인 레오노라가 알바로의 손을 잡으려고 하자, 방금 다시 이제는 레오노라의 오빠를 죽어 가게 만든 알바로가, ”피를 묻힌 손“이라고 하며 손을 못 잡게 한다.

그러면서 “오빠를 죽였다”고 하니 레오노라가 오빠 쪽으로 달려가고, 다시 레오노라가 죽어가는 오빠 카를로의 칼에 찔린 다음 알바로의 품에 안겨 죽어가고 있다. 레오노라가 “이제 나는 기쁘게 당신보다 먼저 약속된 땅으로 떠나게 됬다”고 한다. 그러자 알바로가 “죄인은 나 하나뿐인데 왜 나를 두고 떠나는가”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수도원장이 “거룩한 희생”을 노래한다. 3명의 3인창이 하늘의 음성으로 이루어진 다음, 베르디 음악의 한 없는 피아니시모로 디크리센드 되며, 올 시즌 최고의 오페라 공연의 막을 내린다.



[송종건/월간 ‘무용과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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