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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모세〉
“십계의 감동을” (2008)
홍해 앞에 선 모세의 기도는 베이스의 굵은 저음에 실려 땅을 감싸고, 뒤이어 웅장하고 아름다운 이스라엘 민족의 합창은 바다와 땅을 치솟아 올라 하늘에 미친다.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서 하나님과 택한 백성이 합일되는 순간이자, 오페라 <모세>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정점이다.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한 모세의 삶을 노래한 롯시니(Gioacchino Rossini)의 오페라 <모세>가 연말 기독교 관객을 찾아온다. <모세>는 최근 세계 오페라 극장에서 새롭게 조명 받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 <십계>의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던 ‘모세의 기도’ 등의 합창을 비롯해 홍해가 갈라지는 장엄한 무대예술로 유명하다.
<모세>는 총 4막으로 구성돼 파라오가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을 허락하는 장면부터 시작해, 파라오의 번복과 연이은 모세의 기적, 그리고 마침내 이집트 군대가 홍해에 수장되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출애굽 과정 이외에도 이집트 왕자 아메노피와 모세의 조카이자 미리암의 딸인 아나이데의 애절한 사랑도 또 다른 볼거리. 홍해 앞에서 자신을 택할 것인지 신을 택할 것인지 결정하라는 아메노피의 절규 앞에 아나이데의 갈등은 소프라노의 아련한 선율만큼이나 위태롭다.
오페라이니만큼 출연진 규모도 상당하다. 주연 성악가들과 합창단을 비롯, 발레리나, 오케스트라까지 총 150여 명에 달한다. 그간 소규모 연극이나 뮤지컬 등 비교적 작은 스케일의 기독교 공연에서 갈증을 느꼈다면, 웅장한 본격 오페라를 통해 새로운 기독교 문화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예술감독이자 연출을 맡은 장수동 씨는 “성탄 계절을 맞아 자신을 희생해 자기 민족을 구한 모세의 삶을 통해 잠시나마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무대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장 씨는 그간 80여 편의 오페라를 연출한 국내 최정상급 연출가로, 2000년에 <모세>를 국내에서 이탈리아어로 초연하기도 했으며, 이번에는 관객에게 한 발 더 다가간다는 의미로 전 곡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모세 역을 맡은 김요한(명지대 교수), 남완, 아나이데 역의 김수정(안양대 교수), 오미선, 김주연 씨 등 최정상급 성악가들 또한 오페라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요소다. 출연 성악가들은 대부분 기독교인으로, 그중 김요한 씨와 오미선 씨는 2006년과 2007년 각각 기독교문화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아나이데 역을 맡은 오미선 씨는 “이 역할을 맡게 돼 하나님께 영공연되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전국 순회공연을 벌일 예정이다광을 돌린다”며 “이탈리아어보다는 한국어 공연이 관객들 가슴에 더 큰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고 기대했다.
<모세>는 12월 12~14일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네 차례
공연되며,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전국 순회공연을 벌일 예정이다.
2008년11월28일 금요일
조준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