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 감각적 쾌락을 선사한 '돈 조반니' | 2011년 01월 31일 11시 19분 56초
  이름 : 관리자 | 홈페이지 : 추천수 : 439 | 조회수 : 4205  

<공연리뷰>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돈 조반니'

서울=연합뉴스

입력 : 2005.06.07

이토록 큰 감각적 쾌락을 선사하는 오페라 무대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대규모 극장에서 듣는 돈 조반니의 ’세레나데’는 무대에서 전개되는 사건 속의 아름다운 노래로 들린다. 하지만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이 노래를 듣는 관객은 바로 무대 위의 돈 조반니에게서 구애를 받고 있는 듯한 흥분에 휩싸인다.

모차르트 오페라들이 애당초 오늘날처럼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와 극장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1787년 프라하에서 ’돈 조반니’ 초연을 본 관객 역시 이와 비슷한 흥분을 경험했을 것이다.

바로 무대 위의 성악가들과 관객이 온몸으로 교감하는 소극장 오페라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며 즐거움이다.

우리나라의 소극장 오페라 운동을 주도해 온 서울오페라앙상블은 내년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2005-2006년에 걸쳐 ’돈 조반니’(6월 4일-1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를 비롯해 ’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 ’이도메네오’ 등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들을 공연한다.

그 첫 작품인 ’돈 조반니’가 개막한 4일, 객석은 젊은 관객의 웃음과 열기로 가득했다. 오페라 공연으로서는 파격적으로 싼 입장료도 고마웠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자유소극장은 연출가의 의도에 따라 무대의 형태나 객석 규모를 조절할 수 있는 유동적 극장이어서 작은 오케스트라 피트를 설치해야 하는 소극장 오페라 공연에 매우 적합하다.

일반 클래식 오케스트라가 아닌 코리아 엘렉톤 오케스트라가 네 대의 엘렉톤으로 연주한 모차르트의 음악. 서곡에서는 악상이 생동감있게 전달되지 않는 안타까운 부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는 기대 이상의 효과였다.

음량 면에서는 규모가 큰 일반 오케스트라보다 오히려 모차르트 시대의 음악에 접근했다고 할 수 있다.

무대는 전위적이라 할 만큼 단순했다. 양쪽에 출입구가 있는 어슷한 사다리꼴 무대 위에는 무대를 뒷면으로 확장하는 데 쓰이는 중간막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단순한 ’돈 조반니’ 무대는 아마 누구도 상상해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무대 디자인이 관객을 무대에 완전히 몰입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음악 중심’의 공연을 원했던 연출가 장수동의 의도대로 관객은 감각을 이리저리 분산시키지 않은 채 엄청난 청각적 쾌락을 누렸던 것이다.

이런 즐거움은 물론 출연진 모두가 탁월하고 적절한 가창을 들려주었기에 가능했다.

오페라 ’돈 조반니’는 주역과 조역의 구분이 없는 여덟 명의 등장인물이 한결같이 훌륭한 가창력과 연기력을 지녀야만 완성도 높은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어려운 작품. 때문에 만족스런 ’돈 조반니’ 공연을 경험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4일 공연은 놀라웠다. 여덟 명 모두가 적역이었다.

우선 돈 조반니 역을 맡은 장철은 명료한 발음과 타고난 듯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바리톤으로서는 비교적 가볍고 밝은 음색인 데다 외모의 카리스마까지 갖추고 있어 돈 조반니 역에 적합했다.

레포렐로 역의 베이스 장철유는 안정감있는 가창과 희극적인 연기로 극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소프라노 김은경의 돈나 안나는 순수하고 강렬한 표현력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소프라노 강명숙의 돈나 엘비라는 연기와 가창에서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매혹적이었다.

체를리나 역의 소프라노 윤선경은 청순하면서도 윤기있는 음색으로 양면성을 지닌 처녀의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했다. 돈 오타비오 역의 테너 우영훈은 맑은 음색과 적절한 ’메차보체’(성량을 반으로 줄여 내는 발성)로 모차르트 테너의 전형을 들려주었다.

바리톤 차성일의 마제토는 순박하면서도 저항적인 기질을 지닌 젊은 시골 청년을 제대로 담아냈고, 베이스 김재찬 역시 풍성한 저음으로 기사장 역을 드라마틱하게 살려주었다.

기사장의 석상이나 레포렐로의 여행가방을 제외하면 별다른 무대장치나 소품이 등장하지 않는 절제된 무대였지만 무대 구조는 대단히 효율적으로 활용됐다. 기사장 유령이 등장하는 장면이나 돈 조반니가 지옥으로 떨어지는 장면 등에서는 무대의 단순함 덕분에 조명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무대의상의 빛깔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와 개성을 표현한 것도 시각적 효과를 거뒀다.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오페라 ’돈 조반니’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 작품의 레치타티보 부분을 우리말 대사로 처리한 이번 공연의 시도에 유감을 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 조반니’를 처음 접하는 관객은 잘려나간 부분을 전혀 의식하지 못할 만큼, 전체적인 연결은 자연스러운 편이었다.

세 시간이 넘는 공연 시간을 두 시간 내외로 줄이고 대사로 이해를 도와가며 오페라 초심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이번 소극장 오페라의 시도가 모차르트 오페라의 진정한 매력을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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