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연출에의한 오페라의 환생'리골레토' | 2011년 01월 31일 17시 40분 01초
  이름 : 관리자 | 홈페이지 : 추천수 : 442 | 조회수 : 2424  

월간 객석 공연 평

글 조윤선( 국회의원·오페라칼럼니스트)




연출에 의한 오페라의 환생

 

관객들이 오페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연출가의 몫이다. 이번 '리골레토'는 자칫 식상해 질수 있는 레퍼토리를 참신한 아이디어로 재창조하여 관객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다.

오페라는 이미 작곡가, 지휘자 및 가구의 시대를 거쳐 연출의 시대로 들어섰다. 사실상 새로운 창작은 멈춘 것이나 다름없는 오페라 장르에 관객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잡아 둘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마치 영화를 보듯 관객들이 오페라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결코 오페라를 멀리할 수 없을 것이다. 관객들이 오페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연출가의 몫이다. 우리에게는 멀기만 한 유대와 바빌론의 긴장 구도를 나치에게 핍박 받는 유대인간의 구도로 전환한 '나부코' 나 파시스트 정권 시대로 옮겨진'토스카', 가죽바지를 입힌 '돈 조반니' 모두 원작의 감동을 현대의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 하기 위한 노력이다.

세계 오페라 극장의 단골 레퍼토리인 '리골레토'도 예외가 아니다. 연출가 조나단 밀러는 ENO(영국 국립오페라)에서 시대적 배경을 1950년대 맨해튼으로 옮겨 왔다. 만토바 공작은 '듀크'라는 별명을 가진 마피아 두목이, 리골레토라는 껄쭉한 입담으로 손님을 끄는 나이트를 지배인이 되었다. 원래 오페라 '리골레토'에는 방탕의 극을 달리는 귀족계급과, 그런 귀족들에게 종속되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허용되지 않은 평민 계급과의 대립이 있다. 이번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리골레토'는(연출 장수동, 5울 27일~6월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는 이런 계급 갈등을 검은 돈으로 부를 축적한 화교(두카와 그일당)와 베트남 전쟁 난민(리골레토,질다,스파라푸칠레와 마달레나)의 인종 간 대립 구조로 대체했다.

한국 관객만 염두에 두었다면 일제시대의 일본인 지주와 한국 소작인 정도의 대결 구도로 만들었을 법하다. 그러나 이작품은 화교와 베트남 난민간의 대립으로 설정함으로써 범아시아권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오페라도 한류 붐을 이루겠다는 의욕이 돋보인다. 이번 작품이 2006년 상하이국제음악제 초청 오페라로 지목된 데는 이런 작품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됐기 때문인 듯하다.

이번작품은 연출에서의 참신한 의도가 부각되었던 반면 푸치니 같이 고도의 앙상블을 요구하지도 않는 초기 베르디를 연주하면서도 오케스트라와 가수간의 긴밀한 호흡이 부족해 감동의 끈이 느슨해진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테너 이현(공작), 바리톤 전기홍(리골레토)과 베이스 김요한(스파라푸칠레)은 역시 노련한 연기와 원숙한 연주로 무대를 장악했다. 소프라노 김수정과 전기홍의 부녀간의 이중창은 썩 뛰어났다. 남루한 판잣집에 기거하는 질다에게 매일 일을 마치고 들르는 리골레토는 활짝 핀 연꽃을 딸에게 건넨다. 베트남 국화이기도 한 연꽃은 청순·순결의 상징이다. 딸에게 건넨 연꽃에는 딸이 정결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염원과 딸을 극진히 사랑하는 마음만큼 호사시켜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원망이 함께 담겨있는 듯 하다. 1999년 선댄스 영화제를 휩쓴 토니 부이 감독의 영화'스리시즌' 에서도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 미군(하이 케이틀 분)은 버리고 떠났던 딸을 수십년 만에 찾았을 때 연꽃을 건냈다. '리골레토' 의 또 다른 주인공은 남성 합창이다. 워낙 단원수가 적어서 인지 합창의 백미라 할 수 있는 3막의 비바람 고리를 내는 대목에서는 미흡했지만, 겨우 10명 남짓한 합창단의 힘있는 연주는 1막과 2막의 질탕한 궁정 분위기를 그럴듯하게 자아냈다.

이번 '리골레토'는 자칫 식상해 질수 있는 레퍼토리를 참시한 아이디어로 재창조하여 관객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다는 정을 높이 살만한 무대였다. 앞으로도 젊은 성악가들을 중심으로 소극장 규모의 진취적인 무대가 많이 만들어져 관객들을 바쁘게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관련사이트 :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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