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 상징주의와 사실주의의 결합 | 2011년 10월 17일 10시 35분 56초
  이름 : 관리자 | 홈페이지 : 추천수 : 285 | 조회수 : 1380  
국립오페라단 '가면무도회'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2011.10.14
박진감 넘치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연주, 미니멀하고 세련된 무대, 최고의 가창력을 보여준 가수들. 1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국립오페라단의 올 시즌 마지막 공연 '가면무도회'는 언뜻 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관객들 대부분은 매 막마다 감탄을 거듭하며 열광적인 호응을 보였고,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되짚어 생각해볼 만한 몇 가지 문제점도 보였다.
우선 판본의 문제다. 알려진 대로 1859년 초연 당시의 정치상황 때문에 베르디는 스웨덴 국왕 암살사건을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미국 보스턴으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테너 주인공 구스타보(구스타프 3세의 이탈리아어 이름)는 리카르도로 바뀌었고, 신분도 국왕에서 총독이자 백작으로 낮아졌다. 그와 함께 몇몇 등장인물들도 이름이 달라졌다. 베르디가 스톡홀름을 배경으로 만든 원작본(스톡홀름 판)은 1935년에 가서야 코펜하겐에서 초연됐다. 이번 공연에 사용된 판본은 리카르도, 실바노, 사무엘, 톰 등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볼 때 개정판인 보스턴 판이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스톡홀름 판이었다. 리카르도가 보스턴 총독이 아니라 스웨덴 국왕으로 등장해 혼선을 빚은 것이다. 어떤 판본을 사용한 것인지 명확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장수동의 연출, 이태섭의 무대, 고희선의 조명은 매 장면마다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몰입을 수월하게 했다. 정면 벽을 좁히고 사선을 많이 사용해 등장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 무대, 리카르도가 거대한 보드에 실려 무대에 등장하는 1막 장면, 조명효과가 각별히 두드러진 점쟁이 울리카의 동굴 장면과 무도회 장면, 탕크레트 도르스트의 바이로이트 '니벨룽의 반지' 최근 무대를 연상시키는 2막의 콘크리트 도로, 격자창과 욕조 및 변기가 등장하는 3막의 '워터보드' 고문 장면, 구겨진 종이와 깨진 거울의 형태를 조합해 주인공의 비극을 암시한 영상, 운명의 힘이 주인공을 얽어매고 있음을 상징하는 거미줄 모양의 의자, 주인공의 심장을 겨누는 칼날을 암시하는 무도회장의 유리 파편 샹들리에 등 다채롭고 인상적인 연출상의 아이디어는 관객에게 끊임없이 충격을 주며 극적 효과를 높였다.

그러나 무대와 연출에 있어 전체적인 일관성은 부족했다. 1막 1장은 전형적인 미니멀리즘 무대의 추상적 세련미를 보여주지만, 2막 사형장 장면에서는 교수대에 매달린 사형수까지 보여주는 사실주의적 방식을 택했다. 3막의 화장실은 한걸음 더 나아간 극사실주의다. 이처럼 극사실주의와 상징주의가 한 무대 위에 나타나는 것이 요즘 유럽 오페라 무대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더구나 연출가는 이 극의 배경을 원작의 1792년이 아닌 정확한 시대를 알 수 없는 혁명기의 가상도시로 설정했다. 그러니 연출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따라 교수대와 손전등처럼 다양한 시대의 소품들이 결합한다 해도 관객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재희의 의상 디자인 역시 시대를 교묘하게 조합해 인물들을 시공간 파악이 불가능한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했고, 흰색, 검은색, 붉은색의 강렬한 대비로 통일성을 살렸다.

지휘자 마르코 발데리는 역동적이고 극적인 베르디의 '가면무도회' 음악을 휘몰아치는 듯한 템포로 이끌어갔다. 그러나 기본 템포를 너무 빠르게 설정한 것이 문제였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서울시합창단, 과천소년소녀합창단은 이 엄청난 템포를 거의 정확하게 소화했지만, 부분적으로는 합창단이나 성악가들이 힘겹게 따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빠른 템포의 박진감과 유난히 큰 음량은 객석을 압도했지만, 서정적으로 정교하게 살려야 할 피아니시모 부분들이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리카르도 역의 테너 정의근, 아멜리아 역의 소프라노 임세경, 레나토 역의 바리톤 고성현은 사소한 아쉬움도 있긴 했지만 모두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치밀한 가창과 유연한 연기를 보여줬다. 세 주역뿐만 아니라 조역 가수들도 주역 못지않은 수준을 과시했다. 특히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의 카리스마 느껴지는 저음과 깊이 있는 울리카 해석, 시동 오스카 역을 노래한 소프라노 정시영의 맑고 탄탄한 고음과 테크닉이 돋보였다.

공연은 더블캐스트로 16일까지 계속된다.

  관련사이트 : http://
  <리뷰>한국 명품 목소리들의 조화,본고장 이탈리아서도 탐낼만
  <리뷰> 붉은 빛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TOTAL : 18 , PAGE : 1 / 1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추천 조회
N <리뷰> 상징주의와 사실주의의 결합 관리자 10-17 285 1380
N <리뷰> 붉은 빛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관리자 10-19 344 1623
N <리뷰>한국 명품 목소리들의 조화,본고장 이탈리아서도 탐낼만  ×1 관리자 10-17 293 1360
15 <관객 공연후기> 노처녀와 도둑, 메디엄 관리자 04-28 397 2188
14 <리뷰>한국적 정서로 재창조된 그리스신화 오페라 관리자 01-31 516 2567
13 <리뷰>화려하지만 슬픈러브스토리 '라트라비아타'   ×1 관리자 02-07 457 2969
12 <리뷰>아시아 K도시에서의 자화상 '라 트라비아타' 관리자 01-31 349 2223
11 <리뷰>독특한무대 과감한 해석 '라 트라비아타'   ×1 관리자 01-31 450 2307
10 <리뷰>시대뛰어넘은비극, 관통하는감동'라트라비아타' 관리자 01-31 363 1933
9 <리뷰>지하철역에 울려퍼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1 관리자 01-31 384 2442
8 <리뷰>한국정서로 탄생한 '오르페오와에우리디체'   ×1 관리자 01-31 444 2986
7 <리뷰>지하철로 무대를 옮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관리자 01-31 399 2180
6 <리뷰>사랑의 변주곡으로 사랑을 노래 '둘이서 한발로' 관리자 01-31 447 2763
5 <리뷰>벨칸토의서정미와 기교살린절묘한앙상블 '모세' 관리자 01-31 421 2499
4 <리뷰>연출에의한 오페라의 환생'리골레토' 관리자 01-31 444 2434
3 <리뷰>오페라의 진화! 아시아 모던오페라 '리골레토' 관리자 01-31 427 2319
2 <리뷰>아시아적 가친 선보인 '리골레토' 관리자 01-31 377 2470
1 <리뷰> 감각적 쾌락을 선사한 '돈 조반니' 관리자 01-31 440 4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