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화려하지만 슬픈러브스토리 '라트라비아타' | 2011년 02월 07일 14시 23분 50초
  이름 : 관리자 | 홈페이지 : 추천수 : 455 | 조회수 : 2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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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의 BACKSTAGE

'길 위의 여자‘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과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공연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La Traviata)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6월 25일~28일) 공연되었다. 서울 오페라앙상블이 기획한 <라 트라비아타>는 ‘椿姬, 길 위의 여자’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무대 구성에서 19세기의 프랑스 파리라는 원작의 배경을 오늘날 아시아의 한 가상도시 K로 옮겨 우리시대의 이야기로 재해석했다. 군중들의 달콤한 환호 속에서도 나중에는 혼자인, 그들이 외면 속에 무참히 버려진, 현대판 코르티잔(coutesan,상류사회 남성의 정부 혹은 애첩)인 ‘길 위의 여자’ 비올레타의 비극적인 삶을 보여주고자 했다.

19세기 ‘코르티잔’의 비극적 삶, 현대 배경 재해석

화려하지만 슬픈 ‘러브스토리’

막이 열리면 먼발치서 길 위의 여자가 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온다. 마치 모던한 갤러리의 한가운데 앉아있는 듯. 진한 회색빛의 좌우벽으로 세팅된 공간. 왼쪽 무대벽 사이에는 분홍색 장미가 3등분해 그려져 있는데, 회색벽에 분홍색 장미가 너무 칙칙해 보여 차라리 빨강색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파티장의 의상도 블랙과 화이트의 모던한 의상으로 양분해 놓았다. 흥미로운 것은 길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 중앙에 9.5도 기울어진 경사무대와 더불어 차선을 그려놓아서 원근감을 강조한 조형적인 면도 눈에 들어온다.

2막의 건물 배경에는 치파오를 입은 여인이 그림과, 영어와 한자가 병기된 광고판을 볼 수 있는데, Fantasia st.와 椿姬 라고 쓰인 글씨가 예사롭지 않다. 광고판 인물들의 복식이 현대를 표방하면서도 서양적인 복식에만 머무르지 않음을 관찰할 수 있겠는가. 알프레도의 피앙세인 비올레타의 복식도 여느 <라 트라비아타>처럼 서양식 복식이 아니다. 중국 청나라 여성의 복식인 치파오를 표방한다.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이루는 배경과 복식을 구현하고 있다. 비올레타가 어느 세계에 몸담고 있는가를 구분하려면 치파오의 색깔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화려한 살롱과 무도회장의 비올레타는 열정을 상징하는 검붉은색의 치파오를 입고 있으며, 알프레도와 함께 있을 때에는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의 치파오를 입고 있다. 치파오를 입은 비올레타라 하더라도 그녀의 다양한 심리 상태를 치파오의 다양한 색을 통해 표현하는 섬세함을 보인다.
무대 연출은 현대를 배경으로 재해석하되 포스트모더니즘적 관점으로 조망하고 있다. 2막에서 대형 트럼프 뒤로 부채처럼 펼쳐지며 시선을 모았던 여성의 나신이 그려진 무대는 알프레도가 도박에서 딴 판돈을 비올레타에게 내던지며 그녀를 모욕할 때 부채의 펼쳐진 모습을 숨기는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3막의 건물 배경 중 비올레타에게 비극이 다가올수록 창문이 닫히고 펼쳐진 커튼이 올라가는 것 역시 이번 <라 트라비아타>에서만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다만 2막 1장의 무대가운데서 나무 배경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사랑을 나누기에 알맞은 보금자리라는 따뜻하고 포용적인 인상보다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는 답답함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무대로 보여진다. 무대 연출의 역효과다.

3막에서 비올레타에게 비극의 순간이 다가올 때 좌우 배경 옆에 서 있던 군중들 중 몇 사람이 주저앉는 움직임은 비올레타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를 미리 보여주는 인상적인 장면연출이었다. 비올레타는 기존에 질병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두 남자에 의해 희생당하는 수동적 여성상을 반영한다. 알프레도의 부친은 귀족가문의 기득권을 위해 비올레타를 떼어놓으려 하고 알프레도는 홧김에 비올레타에게 모욕을 안긴다. 비록 본의가 아니다 하더라도 두 남자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비올레타의 지병은 악화되고 그녀를 죽음의 문턱으로 인도한다.
<라 트라비아타> 오페라가 쓰여질 당시의 시대상을 그릇된 신흥 부르주아 계급의 대두와 상인의 급격한 지위 향상 등으로 귀족의 기득권이 이전과는 달리 흔들리던 시대다. 알프레도의 부친 제르몽이 딸의 혼삿길을 위해 비올레타를 떼어놓으려는 행위의 기저에는 당시 흔들리는 귀족의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귀족 계급의 불안한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비올레타역의 나탈리아 브론키나는 프리마돈나의 다양한 창법과 음색은 물론이고 연기도 출중했다. 김수정은 윤기있는 목소리에다 성량도 풍부했지만 대사전달이 잘 안되어 안타까웠다. 제르몽의 그리고리 오시포프는 탄력있는 목소리에 음장감도 좋고 섬세함도 돋보였다. 정철 또한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문제는 알프레도 역이었다. 이찬구는 힘에 부쳐서 제대로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비브라토도 심했다. 박현재도 잠긴 목소리에 고음처리가 매끄럽지 못하여 기대 밖이었다. 더불어 출연진들의 대사전달이 못내 아쉽기만하다.

베르디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우리시대 이야기이다’라고 1852년 베니스에서 초연 당시 말했다. 오늘날 세계 오페라극장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걸작 오페라<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공연으로 기록된 작품이기도 하다.

길을 통해서 고전과 현대를 소통하고자 우리시대의 이야기로 빚어낸 장수동 연출가의 의미부여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문화평론가 김현우

<이코노미 세계 2010년 8월. NO.53>

 

 

  관련사이트 : http://
  <리뷰>한국적 정서로 재창조된 그리스신화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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