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지하철로 무대를 옮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 2011년 01월 31일 18시 15분 44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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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지하철로 옮긴 글룩의 오페라

서울오페라앙상블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서울=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소극장 오페라,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는 없다."
엘렉톤 주자 두 명을 포함한 앙상블 연주자 아홉 명이 지휘자 정금련의 빈틈없는 손끝을 따라 빠르고 경쾌한 서곡을 연주하는 동안, 관객은 달리는 지하철 선로를 막에 비친 영상으로 바라본다. 전동차를 타고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무대가 열리면서 나타나는 서울의 지하세계. 지하철 선로에 놓인 흰 면사포 곁에 사람들 한 무리가 장미꽃을 한 송이씩 갖다 놓는다. 이 열두 명의 합창단(그란데오페라합창단)은 지하철역에 사는 노숙자로 보이기도 하고, 초현실적인 존재 같기도 하다.  

제12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 개막작인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 장수동)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Orfeo ed Euridice)'는 4일 저녁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에우리디체의 죽음을 애도하는 합창단의 탄식으로 시작했다.
   교회음악 같은 장중함을 풍기는 이들의 합창을 뚫고,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시인 오르페오의 절규가 들려온다. "에우리디체!" 따뜻하고 깊이 있는 메조소프라노 정수연의 음색은 알토 카스트라토를 위해 작곡된 이 오르페오 역을 탁월하게 살려냈다. 여성 가수가 불렀을 때 어색해지기 쉬운 배역이지만, 정수연의 감성적인 연기와 호소력 있는 발성, 유연한 레가토는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2막에서 합창단은 지옥의 정령들로 변신한다. 유연한 무용수 3명과 함께, 손바닥 쪽에 붉은 비닐이 붙은 작업용 목장갑을 낀 이들은 조명 효과로 공포분위기를 자아내며 오르페오를 위협한다.
   목장갑이라는 일상 소품으로 인해 이들은 전동차 운행이 멈춘 야간에 지하철에서 작업하는 인부들로 보일 수도 있다. 천장에 매달린 백열전구를 불안하게 깜빡이도록 한 연출상 아이디어도 효과적이었다.   오르페오가 지옥을 떠나 극락으로 가면 무대는 밝아지고, 흰옷으로 갈아입은 정령들이 빛속에서 즐겁게 춤을 춘다. 소극장 무대의 규모와 한정된 오케스트라 인원으로 인해 귀에 익은 이 오페라의 발레음악들과 2막 오르페오의 아리아가 생략된 건 아쉽다.  

3막에서 마침내 등장한 에우리디체(소프라노 이효진)는 오르페오의 사랑이 변했다고 믿고 옥신각신하는데, 두 주인공의 뛰어난 연기호흡에 이어진 에우리디체의 아리아 '잔인한 순간(Che fiero momento)'은 이효진의 미성과 격정적 표현력을 제대로 드러냈다.
   이번 공연에서 특이한 점은 대개는 투명한 음색의 소프라노 또는 보이소프라노가 맡는 사랑의 신 '아모르' 역을 테너(장신권)에게 맡겼다는 것. 훌륭한 가창에도 남성 목소리가 아모르의 노래들을 부르는 것 자체가 생소하게 들렸지만, 1막에서 아모르가 노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음역 선정이기도 했다.  

연출을 맡은 장수동 감독은 극의 피날레 장면에서 흰 천을 사용해 죽은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는 씻김굿의 '길베 가름' 의식을 펼쳐보였다. 한복 속치마 스타일의 백색 의상을 입은 에우리디체가 오르페오의 손에 면사포를 남긴 채 길베를 가르며 저세상으로 떠나갈 때 합창단은 기쁨으로 가득한 '사랑의 승리'를 합창한다.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장례를 축제화하는 우리 민속문화의 특징을 부각시킨 피날레였다.
  

바로크를 넘어 고전주의 오페라의 문을 연 크리스토프 빌리발트 글룩의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공연되지 않은 낯선 작품이지만, 관객은 이번 공연을 통해 단번에 이 오페라에 매료되었다.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했지만 서울의 지하철로 무대를 바꾸니 바로 저희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같아서, 아주 몰입해서 봤어요." "작은 극장이지만, 무대디자인이 아주 환상적이네요." "오페라 공연 보는 건 처음인데요, 음악이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아서 놀랐어요." 특히 젊은 관객들이 감동과 찬탄을 표현했다. 앙상블 규모에 비해 경이로운 음악적 효과였다. 공연은 7일까지. 
rosina@
chol.com(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0-03-05 11:4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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