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 붉은 빛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 2011년 10월 19일 14시 31분 06초
  이름 : 관리자 | 홈페이지 : 추천수 : 344 | 조회수 : 1623  
[리뷰] 붉은 빛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화려함 이면의 냉철함
송현지 기자

▲ 오페라 [가면무도회](연출 장수동) 공연장면 ©김호경 기자
(뉴스컬쳐=송현지 기자)
온통 핏빛으로 물든 무대였다. 충신의 아내를 사랑한 국왕의 비극적인 최후를 암시하는 색이었다. 등장인물들은 한껏 어깨에 힘을 준 붉은 의상을 입었다. 무대 뒷벽엔 핏방울이 번지는 영상이 흘렀다. 리카르도가 레나토의 총탄을 맞고 쓰러질 땐 순식간에 핏빛의 조명이 내리쬐었다.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마지막으로 선보인 오페라 [가면무도회](연출 장수동)는 이처럼 ‘붉은 색’으로 점철됐다. ‘아름다운 죽음’의 오페라였다.

스웨덴 국왕 암살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베르디의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18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이 꾸민 무대는 시공간적 배경이 모호했다. 궁전 안 알현실, 도시 변두리 울리카의 처소, 도시 변두리 처형장, 레나토의 집무실, 가면무도회 등의 공간은 상징적인 형태만 남겨놓았고 구체적인 묘사를 위한 소품들은 모두 생략했다. 대신 예상외의 소품들이 튀어나왔다. 법관은 휠체어를 타고 나오고, 시종 오스카는 어부의 옷이 걸린 옷걸이대를 끌고 나왔다. 깔끔한 욕실로 꾸며진 레나토 집은 모던한 느낌마저 줬다.

▲ 오페라 [가면무도회](연출 장수동) 마지막 장면 ©김호경 기자
3막 가면무도회장은 화려함 이면의 냉철한 기운을 풍겼다. 특수 유리벽을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등장인물들은 유리벽에 거울처럼 비춰졌고, 유리벽 너머로는 무용수들의 춤사위가 보였다. 외면의 자아와 내면의 자아가 공존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가면’의 특성과 닮았다. 가면 뒤로 자신을 숨기려 하지만, 완전하게 숨길 수는 없는 것처럼.

마르코 발데리의 지휘봉은 시종 춤을 췄다. 특히 오케스트레이션과 조명의 절묘한 호흡이 돋보였다. 오케스트라가 화음을 낼 때마다 국부 조명이 무대를 비췄다. 음량 조절의 문제가 있었는지 가수들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에 묻힌 점은 아쉬웠다.

아멜리아 역의 소프라노 임세경의 아리아는 그야말로 명품이었다. 피아노시모부터 포르테까지 한 호흡으로 끌고가는 부분을 여유롭게 뽑아냈다. 탄탄한 내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리카르도를 연기한 테너 정의근은 초반에 고음처리가 매끄럽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마지막 아리아를 부를 땐 안정된 목소리를 되찾았다. 아리아 ‘영원히 그대를 잃을지라도’에서 그의 소원대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길 바란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오스카 역의 소프라노 정시영은 무대를 이리저리 발랄하게 뛰어다니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고음처리도 깔끔했다. 주술사 울리카 역의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은 저음인 콘트랄토 음역대를 풍성하게 들려줬다.

죽음의 문턱 앞에 선 리카르도의 가슴엔 분홍색 훈장이 달렸다. 애절한 사랑의 색이었다. 리카르도가 아멜리아의 순결을 고백하자, 붉은 조명의 무대는 순결을 상징하는 흰색으로 전환됐다. 레드(red)로 막을 올리고, 화이트(white)로 막을 내렸다.

색의 미학을 살린 오페라 [가면무도회]는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치고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 10월 28일과 29일 양일간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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