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리뷰>아시아 K도시에서의 자화상 '라 트라비아타' | 2011년 01월 31일 18시 27분 25초
  이름 : 관리자 | 홈페이지 : 추천수 : 349 | 조회수 : 2224  

오페라 구경하기

장수동 연출의

<길 위의 여자>

아시아 K도시에서 슬픔 또는 기쁨의 시대 자화상

글_이형진(전 음악저널 기자, 칼럼니스트)

 

상상해보라. 도시, 아스팔트 길, 향락, 사랑, 그 속을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을, 우리는 안다. 도시의 섬에 사는 그녀들이 회색빛 아스팔트를 걸으며 사랑이거나 탐욕이거나 절망이거나 희망이든지간에 그 교차하는 횡단보도에서 슬픔 또는 기쁨을 만난다는 것을.

연출가 장수동(서울오페앙상블 대표 겸 예술총감독)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여주인공 비올레타를 아시아 K도시 아스팔트 길 위에 세우고, 우리 또한 그녀처럼 회색의 칙칙한 길 위에 서서 붉은 입술을 내민 세상과 조우하면서 무지개를 잡으라”고 했다. 장수동은 멜로 오페라의 진수 <라 트라비아타>를 네 번째 연출하면서 기존의 방식을 거부, 현대화 감성으로 동시대와 소통하고자 했다. 장수동은 <라 트라비아타 고통의 축제>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초대했다. 이처럼 장수동은 현재의 우리들의 고통을 ‘길’을 통하여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의 연출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남아공월드컵에서 열광하며 환호하던 대중들 속의 한 사람이 나라고 가정해 보아도 좋다. 그 열광하는 그들의 거리에서 이젠 무참하게 혼자 남겨진 쓸쓸함에 대하여, 그 버려짐에 대하여, 그리고 현대인들이 소모품처럼 몰락해가는 모습들을 20C말 비정한 아시아의 한 가상도시 K ‘길 위에서’ 행려병자로 죽어가는 비올레타를 통해 ‘길’의 의미를 말하고 있다.

 

장수동은 장장 2시간 30분 동안 그 ‘길’을 오버랩 시킴으로써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길’을 통하여 소통하고자 한다. 그는 상하이나 홍콩의 K도시를 배경으로 한 그 ‘길’을 통하여 현대인의 비애, 탐욕을 쫓는 인간들의 고독한 삶에 대해 동양적 양식의 새로운 무대를 통하여 표현해 내고 싶어 한다. 장수동이 ‘길’ 위에 설정한 거대한 건물은 언제든지 걷어낼수 있는 컨테이너로 연출했고, ‘길’ 위에 큰 저택 안에서 환락을 즐기는 파티장을 만들기도 하고, 사랑, 절망, 헤어짐의 장소를 만들기도 했다. 그 ‘길’은 그리 제작비가 많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맞서는 장수동의 연출력이 참으로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6.25(금)부터 ~ 28일(월)까지 금, 토, 월 7시 30분, 일요일 4시 총 4일간에 걸쳐 공연되었다.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총감독, 연출가/장수동)은 1994년 5월, ‘오페라의 전문화’, ‘오페라의 대중화’를 목표로 창단되어 지난 16년간 꾸준히 신작(新作) 오페라를 공연해 왔으며 이번 공연 서울오페라앙상블 <라 트라비아타>는 제1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한러 수교20주년기념공연의 일환으로 한국오페라계의 발전과 오페라 대중화를 위하여 화합과 어울림 그리고 상생이라는 주제로 국립오페라단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서막으로 하여 글로리아오페라단 오페라 <리골레토>, 솔 오페라단 <아이다>에 이어 네 번째로 무대에 올려졌다.

 

서울오페라앙상블 <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공연으로 지난 60년 동안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 사랑 받아온 작품인데, 알렉산더 뒤마 피스가 당시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던 마리 뒤 플레시스를 모델로 쓴 <동백꽃 여인>을 바탕으로 오페라로 탄생되어 줄 곧 <춘희>로 불리다 최근 들어서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원제목의 의미인 ‘길 위의 여자’로 공연되고 있다. 서울오페라앙상블 <라 트라비아타>플롯은 3막 4장으로 되어있으며, 이 오페라의 서곡은 비올레타가 병들어 침대에 가련히 누워있는 장면으로부터 시작, 3막 전주곡 처연하고 우울한 현악기의 선율로 막을 연다.

 

제1막에서 아시아의 어느 한 도시에서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는 순수한 청년 알프레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은 <축배의 노래>를 부른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에 대한 애정이 솟아올라 <아 그이인가>를 부르다가 현실로 돌아와 <언제나 자유라네>를 부른다.

제 2막 1장에서 두 사람은 동거를 시작하고 비올레타가 전 재산을 알프레도를 위해 쓰면서 희생하지만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은 조선 시대의 기생 같은 비올레타에게 상류사회의 체면 때문에 교묘하게 설득하며 알프레도와 헤어지라고 강요한다.

 

제2막 2장에서 알프레도와 헤어진 비올레타는 그녀의 옛 애인 듀폴에게 돌아간다. 플로라 저택의 거실에서 화려한 파티가 열리고, 춤과 <집시들의 노래> <마드리드의 투우사>등 코러스가 전개되면서 흥을 돋우지만 알프레도는 돈 때문에 비올레타가 떠났다고 오해하며 도박으로 듀폴 남작에게 딴 돈을 비올레타에게 뿌려 축제의 분위기를 망쳐버린다.

 

제3막에서 비올레타는 병이 들었고, 뒤늦게 자신의 아버지 제르몽 때문에 헤어지게 된 사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는 그녀를 찾아간다. 그 사실을 모르고 이미 죽음의 그림자를 만난 비올레타는 <찬란한 추억이여, 안녕>을 부르며 한탄한다. 잠시 후 축제를 맞아 환희에 차 있는 사람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더니 알프레도가 찾아온다. 그들은 뜨겁게 포옹하며 주인공 남녀의 아리아 <파리를 떠납시다, 오 내 사랑>을 부르며 기뻐하지만 운명은 비올레타의 죽음이다. 결국 알프레도의 팔에 안겨 비올레타는 조용히 길을 떠난다.

 

<라 트라비아타>는 참 뻔 한 멜로 스토리이다.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현 시대의 드라마에서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재벌가 남자를 사랑한 버림받은 여인의 복수극도 있었고, 다시 재회하는 행복한 이야기도 있었다. 요즘 방영되는 시대극 <동이>만 보더라도 임금과 천민의 사랑, 그 속에서 연관되어 벌어지는 가족이기주의의 음모들, 신분상승과 귀족사회의 비리와 부도덕 등 참 비슷한 이야기들이 심금을 울리며 계속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 뻔한 이야기에 매료되고 울고 웃는가?

그것은 그 퇴폐하고 부도덕하고 황금만을 옳다하는 이 사회와 체면을 중시하는 가족이기주의에 대비되는 인간의 진솔한 사랑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베르디는 150년이 지난 지금도 <라 트라비아타>를 통하여 그 순수하고 위대한 사랑의 힘에 대하여 말하고 싶어 했고, 장수동을 포함한 모든 연출가들은 이 주제 앞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장수동은 비올레타 역을 맡은 4명의 배우들, 그 나름의 개성과 소프라노의 다양한 창법을 통하여 프리마돈나 오페라의 묘미를 선보였다.

볼쇼이 오페라극장의 떠오르는 신예 나탈리아 보론키나(Natalia Voronkina), 메트로폴리탄국제콩쿠르 우승한 영원한 21세기 프리마돈나 소프라노 김수정, 비오티국제콩쿠르 우승한 금빛 목소리 소프라노 양기영, 고혹적인 목소리와 탁월한 연기의 소프라노 정꽃님의 열띤 경합이 그 날, 그 날의 분위기를 새롭게 창조했으며 이에 가세한 알프레도 역의 4명의 테너 배우들, 한국 오페라의 자존심인 테너 이찬구, 호세카레라스콩쿠르 테너상 수상 테너 박현재, 오스트리아 탈리아비니국제콩쿠르 1위 테너 하만택, 한국인 최초의 모스크바음악원 박사학위 취득 바리톤 남완, 마리오델모나코국제콩쿠르 우승한 바리톤 장철이 비올레타를 향해 열정적이고 순수한 사랑을 바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중 26일 비올레타 역 김수정은 “각 성악가의 성격과 표현방법에 개인차가 있겠으나 연출선생님의 의도를 충분히 반영하려 애썼어요. 무대와 의상이 현대적이고 장면들이 동양적인 성격을 많이 띠고 있어 가능한 실제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하려 했지요. 그리고 이 공연을 3주 남짓 앞두고 연습하는 시점에서 저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요. 엄청난 슬픔 속에서 공연을 했는데 지휘자선생님께서 제게 ”너 정말 잘 죽는다“라고 이태리어로 칭찬해 주시더군요. 사랑하는 이를 위해 죽음을 선택하고 잘 죽었다고 칭찬받는 비올레타의 역할을 완성하는 것이 제가 중점을 두고 준비한 부분입니다.”

 

27일 알프레도 역 하만택은 “저의 콘셉트는 순진한 청년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2막에서는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알프레도, 또 질투심과 배신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청년으로 그렸어요. 조금 추가된 부분이 있다면 동양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3막에서 비올레타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너무 안타까워하는, 그런 알프레도를 보여주고자 노력했지요. 요즘의 젊은이들에게서 찾아보기 쉽지 않은 어리석은 순수를 표현해보고자 노력랬습니다. 또한 음악적으로는 베르디의 극적인 요소를 표현하려 애를 많이 썼어요. 지휘자 게오르기드미트로브도 <라 트라비아타> 원곡에 충실하려 노력하셨기에 더욱 훌륭한 음악으로 공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도 성악가들이 노래하기에 좋게 만들어졌고, 중국의 홍등가를 연상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28일 제르몽역을 맡은 남완은 “저는 제르몽 역을 연기하면서 과연 제르몽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다 같으리라. 불구덩이에 들어가더라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뒤마와 베르디는 여기서 순수한 남녀 간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완벽히 대비시켰습니다. 아들이 선택한 거리의 여자. 하지만 귀한 아들,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는 아버지. 비올레타와 알프레도는 순수한 그들의 젊음을 불태우는 사랑을 하지만, 뒤마는 앞서 언급한 두가지 사랑 중에 어떤 것을 택하는지를 제르몽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베르디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주었지만 그 속에 뒤마의 주제, 즉 그 어떤 사랑도 순수한 사랑이 마지막에는 승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순수한 사랑에 감동하여 마음을 여는 아버지의 심정을 부르고 싶었습니다.“

 

스텝은 장수동 대표가 예술총감독과 연출을 겸했으며, 그를 중심으로 이번 작품을 위해 관록의 지휘자 게오르기드미트로브를 초청해 프라임필하모니오케스트라(단장 김홍기)의 수준 있는 공연을 선사했으며, 서울필하모닉오페라합창단(지휘자 최흥기), 반주(이은경, 우수현, 장지슬), 김선희 발레단(안무 조주현), 무대디자인 박영민, 조명 장석영, 분장 디자이너 구유진, 무대감독 김남건, 의상감독 신동임, 미술감독 이태원, 연출부 이진숙, 윤소현, 총무부 장명희, 기획팀 한정림, 김 봄, 노진혁, 백병오, 서유진이 보이지 않는 손길로 도왔다.

 

출연진으로는 다음과 같다.

6월 25일/ 비올레타: 나탈리아 보론키나, 알프레도: 이찬구, 제르몽: 그리고리, 플로라: 김혜실, 가스톤: 박찬우, 듀폴: 김지단, 마르케세: 장철유, 그랜빌: 심기복, 안니나: 이윤정

6월 26일/ 비올레타: 김수정, 알프레도: 박현재, 제르몽: 장철, 플로라: 김남예, 가스톤: 오동훈, 듀폴: 김호성, 마르케세: 정형진, 그랜빌: 강상민, 안니나: 최안나,

6월 27일/ 비올레타: 양기영, 알프레도: 하만택, 제르몽: 장철, 플로라: 최정숙, 가스톤: 박찬우, 듀폴: 김지단, 마르케세: 장철유, 그랜빌: 심기복, 안니나: 이윤정

6월 28일/ 비올레타: 정꽃님, 알프레도: 박현재, 제르몽: 남완, 플로라: 김남예, 가스톤: 장재영, 듀폴: 김호성, 마르케세: 정형진, 그랜빌: 강상민, 안니나: 최안나가 출연했다.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에 따른 새로운 무대 분위기를 연출하며 열정적이고 격조 높은 목소리로 열연했다.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대표는 앞으로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오페라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재정적 어려움으로 예술의전당 공연장을 민간오페라 단체는 거의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오케스트라와 배우들의 탁월한 연주와 가창력 그리고 무대장치의 기발함, 그 뒤에서 오페라 연출의 탁월한 전문성을 보여준 서울오페라앙상블 장수동 연출가의 시대적 자화상 <라 트라비아타>를 보면서 또 다른 작품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설렌다.

 

[출처] 2010.08 음악저널 / 글│이형진

  관련사이트 : http://
  <리뷰>화려하지만 슬픈러브스토리 '라트라비아타'
  <리뷰>독특한무대 과감한 해석 '라 트라비아타'

TOTAL : 18 , PAGE : 1 / 1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추천 조회
N <리뷰> 상징주의와 사실주의의 결합 관리자 10-17 285 1380
N <리뷰> 붉은 빛의 오페라 [가면무도회] 관리자 10-19 344 1623
N <리뷰>한국 명품 목소리들의 조화,본고장 이탈리아서도 탐낼만  ×1 관리자 10-17 293 1360
15 <관객 공연후기> 노처녀와 도둑, 메디엄 관리자 04-28 397 2188
14 <리뷰>한국적 정서로 재창조된 그리스신화 오페라 관리자 01-31 516 2567
13 <리뷰>화려하지만 슬픈러브스토리 '라트라비아타'   ×1 관리자 02-07 457 2969
<리뷰>아시아 K도시에서의 자화상 '라 트라비아타' 관리자 01-31 349 2224
11 <리뷰>독특한무대 과감한 해석 '라 트라비아타'   ×1 관리자 01-31 450 2307
10 <리뷰>시대뛰어넘은비극, 관통하는감동'라트라비아타' 관리자 01-31 363 1933
9 <리뷰>지하철역에 울려퍼진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1 관리자 01-31 384 2442
8 <리뷰>한국정서로 탄생한 '오르페오와에우리디체'   ×1 관리자 01-31 444 2986
7 <리뷰>지하철로 무대를 옮긴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 관리자 01-31 399 2180
6 <리뷰>사랑의 변주곡으로 사랑을 노래 '둘이서 한발로' 관리자 01-31 447 2764
5 <리뷰>벨칸토의서정미와 기교살린절묘한앙상블 '모세' 관리자 01-31 421 2499
4 <리뷰>연출에의한 오페라의 환생'리골레토' 관리자 01-31 444 2434
3 <리뷰>오페라의 진화! 아시아 모던오페라 '리골레토' 관리자 01-31 427 2319
2 <리뷰>아시아적 가친 선보인 '리골레토' 관리자 01-31 377 2470
1 <리뷰> 감각적 쾌락을 선사한 '돈 조반니' 관리자 01-31 440 4208